현 육군학생군사학교 군종실장, 중령 김영호 목사

『군복 입은 연금술사』 저자

‘군종목사’라는 직업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군종목사는 ‘군복 입은 성직자’라고 할 수 있어요. 장교로 복무하는 군인이면서, 특별히 종교 활동에 관한 직무를 담당하죠. 군대 안에서 장병들의 신앙 활동을 지원하고 심리적인 돌봄과 양육, 그리고 전도 사역을 주로 하고요. 군인으로서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자기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게 사생관(삶과 죽음에 대한 바른 관점 혹은 태도), 인생관 등을 교육하는 것 또한 주요한 임무 중 하나예요. 전쟁 상황에서는 사상자나 부상자의 곁을 지키며 마지막 순간까지 영혼들을 돌보고, 전투 전후에 병사들이 끝까지 신념과 양심을 지킬 수 있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목사님께서는 2004년에 처음 임관하셔서 지금까지 복무 중이신데요. 어떻게 이 길을 쭉 걸어오게 되셨나요?

​신학생 시절, 지인 분이 ‘군 선교’에 대한 비전을 나눠 주시며 장교로 복무해 보면 어떻겠냐고 권하신 적이 있어요. 저도 마음이 움직여서 군종목사가 되었는데요. 사실 처음엔 의무 복무 기간인 3년만 채우고 전역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복무 중 하나님께 제대로 사명을 받았죠. 제가 처음 배치된 부대가 파주 연천의 GOP 부대(휴전선 근처 최전방 부대)였는데요. 그곳에서 매주 화, 목요일마다 밤 11시에 11km에 달하는 철책을 따라 경계근무 중인 장병들을 만나 커피와 초코파이를 나눠 주고 대화하며 복음을 전했죠. 하루는 여느 때와 같이 장병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오는데, 문득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떠올랐어요. 그때 제 눈앞에 GOP 내에 있는 교회의 십자가 불빛이 반짝이는 게 보였는데, 그 십자가를 보며 ‘아, 지금 이곳이 하나님이 나를 보내신 땅끝이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그날부터 군대를 저의 ‘땅끝’, 곧 선교지이자 사역지로 받아들이게 되었죠.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특히 ‘복음 전도자’, ‘신앙의 길잡이’의 역할이 필요하겠네요.

그럼요. 요즘 시대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 정말 어렵잖아요. 그런데 병사들은 20대 초중반 젊은 나이에 낯설고 힘든 환경에 처해 있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가난해져 사회에서보다 복음을 더 잘 받아들이곤 해요. 원래 신앙을 가진 청년에게는 더욱 성숙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군인은 생사를 다투는 전쟁에 참여하는 역할로서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살면서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죽음이란 개념을 마주할 때 복음이 주는 능력이 정말 크죠. 사회에 나가면 우리 생각과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요소들이 많아서 생각이 분산되기 쉬운데, 군대에서는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자신의 삶과 죽음,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생기니 전도하기에 참 좋은 기회죠. 그래서 군대야말로 사회에 진출하기 전의 청년들을 만나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군종목사로 섬기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무엇인가요?

군종목사에게는 두 가지 정체성이 있어요. ‘군인’과 ‘목사’죠. 둘 중 어느 하나의 역할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예수님께서 100% 하나님이시면서 100% 인간이셨듯이, 군종목사 역시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고 가르치는 ‘목사’의 삶에 충실함과 동시에, 장병들과 함께 훈련하고 고생하고 같은 규율을 따르는 ‘군인’의 삶에 충실해야 해요. 멀리서 막연하게 복음을 외치는 게 아니라, 그들과 같이 땀과 눈물을 나누며 복음을 함께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그래야 제가 만나는 장병들의 처지와 상황을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저는 어디에 배치를 받든 제가 속한 부대의 모든 장병을 제게 맡겨진 영혼으로 여기며 사역하고 있어요.

특수한 직업군인 만큼 어려운 점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목사와 군인의 역할을 동시에 감당하다 보니, 목회 사역 외에도 지휘관의 참모 역할이나 종교업무, 교육업무, 선도업무, 전시업무 등 다양한 직무 역량을 갖춰야 해요. 또 군 규정상 장교는 근무지가 2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새로 근무지가 정해질 때마다 전국에 있는 각 부대의 환경과 사람에 새로 적응하는 패턴을 반복해요. 그래서 가끔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다양한 상황과 업무를 마주하는 만큼 저의 지경도 넓어지고 있다고 느껴요. ‘군 선교사’라는 정체성에 맞게, 하나님이 부르시는 곳이면 어디든 감사와 순종으로 따라야죠.

‘이 직업을 갖길 참 잘했다’라고 생각할 때는 언제이신가요?

저는 군종목사로 부름 받은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감사하게도 처음에 사명을 받고 장병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던 그 마음이 지금도 여전한 것 같아요. 이곳에서 만나는 청년들이 참 사랑스럽게 느껴지고요. 사실 군대에 오고 싶어서 오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군대 생활을 암흑의 시기라고 여기는 친구들이 많겠지만, 하나님은 이 시간 또한 한 영혼을 단련하시고, 삶의 방향성을 바로잡아 주시고, 복음으로 깊이 만나 주시는 시간들로 삼고 계세요. 그 시간을 함께 겪으며 많은 청년들이 하나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고, 삶이 변화되는 것을 볼 때 정말 보람차죠. 사실 직업군인이 아닌 이상, 군대는 병사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기 때문에 목사로서 한 영혼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한데요. 이제는 제가 열심히 씨앗을 심고 물을 주는 농부와 같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열매를 다 거둘 수 없다 해도 하나님의 때에 반드시 열매를 맺으실 것을 믿고, 제가 있는 자리에서 저의 소임과 충성을 다 하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군종목사로서 가지고 계신 비전이 있다면 나눠 주세요.

항상 처음 마음 그대로, 어느 곳이든 하나님이 보내신 그 자리에서 군 복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장병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맛보게 해 주는 것이 저의 비전이고요. 개인적으로 남과 북이 통일되는 날을 꿈꾸고 있는데요. 그때 군종목사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을 거예요. 한국전쟁 때 미군이 많은 전쟁 고아를 돌보고 아픈 이들을 보살폈듯이 북한에 있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싶고, 군인교회가 중심이 되어 북한의 무너진 3천 개 교회를 다시 살리는 역할을 감당하기를 기도하고 있어요. 그 날이 오기까지 하나님 앞에서 착하고 충성된 종이 되도록 힘쓰는 것이 저의 비전입니다.  

글│이시온 기자 · 사진│한치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