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었던 날의 기적

prologue 2025년 08월호 아무 일도 없었던 날의 기적 글 서진아

우리는 종종 기적을 기다립니다. 죽은 자가 살아나는 일, 오병이어로 수천 명이 배부른 식탁, 갈라진 바다를 건너는 구원의 순간처럼 형언할 수 없는 놀라움과 감동이 내 삶에서도 일어나기를 꿈꿉니다. 예수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많은 사람을 먹이셨을 때, 기적은 그의 손끝에서 일어났지만, 그 기적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 평범한 ‘배고픔’이었습니다. 기적은 때때로 크고 놀라운 사건으로 나타나지만, 특별할 것 없는 삶의 한 귀퉁이에서도 조용히 일어납니다.

 

7월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한국에서 개봉되기 전, 북미 대륙을 뜨겁게 달구며 대성공을 거두었지요. 예수님의 생애를 다룬 한국 자본의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되었지만, 그 제작 배경과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 작품은 하나님의 손끝에서 나온 크고 놀라운 기적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번 8월호에 영화를 만든 장성호 감독 인터뷰가 실려 있으니, 관심 있게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킹 오브 킹스〉의 뜨거운 화제성에 다소 가려졌지만, 비슷한 시기에 또 한 편의 영화가 조용히 개봉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무명 無名〉입니다. 일제강점기,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했던 일본인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의 선교사들 이야기지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수많은 ‘무명’의 사람들이 있어, 이 땅에 복음이 심기고, 지켜지고, 지금도 뿌려지고 있음을…. 당연하지 않은 시대, 당연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그 자체가 기적입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극장을 찾아 두 편의 기적을 확인하시기를 권합니다.

 

이번 호 「빛과소금」은 이렇게 크고 놀라운 기적의 순간들과 함께, 아무 일 없이 지나간 ‘오늘’의 기적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광야를 지나며 만난 만나일 수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외롭지 않게 지켜낸 하루의 식탁일 수 있습니다. 위기와 어려움으로 점철된 격변의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 삶을 기적으로 채워 주시는 주님의 손길을 깨닫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하루 숨 쉬고, 먹고, 자고, 웃으며 보낸 그 시간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매일의 기적’임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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