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라는 시간의 기적

prologue 2025년 06월호 절반이라는 시간의 기적 글 서진아

어느새 한 해의 절반인 6월이 코앞입니다. 앞만 보며 쉼 없이 걷다 절반쯤 다다르면 우리는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뒤를 돌아 지나온 길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들입니다. 기대와 아쉬움, 부끄러움과 다짐, 실패와 감사…. 절반이라는 상황은 참 애매합니다. 다 이룬 것도 아니고, 새로 시작하기엔 늦은 것도 같아서 어쩐지 그 중간 참에 머물러 서성이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때때로 그 ‘절반’의 지점에서 일하십니다. 애굽 땅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에 다다랐을 때 뒤는 애굽의 군대요, 앞은 바다인 진퇴양난의 순간이 그러했고, 밤 사경에 예수께서 물 위를 걸어오셨던 것이 그러했습니다. 절반은 미완의 시간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의 시계에서는 결정적 전환이 이루어지는 지점이 되곤 합니다.

 

‘독일의 양심’으로 불리는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하나님은 어둠 속에 계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힘의 한복판이 아니라 무력함 속에 계신다”고 말했습니다. 절반의 시간에는 그런 무력함이 깃들어 있을지 모릅니다. 스스로에 실망하고, 계획은 어그러지며, 기대가 무너지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하나님의 시간에 의지하게 됩니다. 절반의 기로에서 하나님께 삶의 방향을 묻고 

그 인도하심에 따라 남은 절반을 살뜰히 채워 가면 어떨까요?

 

이번 호 「빛과소금」이 절반에 머물러 서성이는 분들에게 위로를, 절반으로 나아가려는 분들에게는 도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미 지나간 절반을 끌어안고, 남은 절반을 새롭게 살아가려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꼭 기억하세요. 절반도, 하나님의 손에 붙들리면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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