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하기

“부지중에 실수로 사람을 죽인 자를 그리로 도망하게 하라 이는 너희를 위해 피의 보복자를 피할 곳이니라” (수 20:3)

도피성 제도를 묵상하며, 하나님이 얼마나 인간의 연약함을 현실적으로 바라보시는 분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고의가 아닌 실수로 생긴 비극 앞에서, 하나님은 감정에 휩쓸린 보복으로부터 피할 질서와 보호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스스로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제사장의 판단 아래 드러내고 책임지는 구조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저를 한 번 돌아봅니다. 실수한 사람을 볼 때, 나는 얼마나 쉽게 판단하고 정죄했는지, 혹은 반대로 나 자신의 실수 앞에서는 얼마나 쉽게 변명하려 했는지 묻게 됩니다. 하나님은 억울함을 외면하지 않으시지만, 동시에 또 다른 억울함이 생기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길을 내시는 분이십니다.

도피성은 도망치는 곳이 아니라 멈춰 서서 진실을 마주하는 곳이었습니다. 보호받기 위해 들어가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상황이 드러나고, 공동체의 판단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 모습이 제게는 교회 공동체의 모습처럼 다가옵니다. 완벽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실수한 사람들이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보호받고 다시 회복을 기다리는 자리 말입니다.

오늘은 내가 속한 공동체를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공동체 안에서의 나 자신을 생각해 봅니다. 나는 과연 누군가의 실수 앞에서 안전한 공간이 되어 주고 있는지, 아니면 판단하고 무안을 주며 더 큰 두려움을 주는 사람이었는지… 
하나님께서 나를 품으신 것처럼, 나도 다른 이들을 품는 마음으로 살아가갸겠다 다짐해 봅니다. 

주님, 참 부끄럽습니다. 내 실수는 보이지 않거나 나에게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의 실수에는 엄격했던 저를 불쌍히 여갸 주옵소서. 이런 저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실수한 이들을 판단하고 정죄하기보다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보호와 회복의 길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원합니다. .
제가 속한 공동체가 도망치는 곳이 아니라 진실을 마주하며 회복을 기다릴 수 있는 안전한 도피성이 되게 하시고, 그 안에서 제가 먼저 은혜의 통로가 되게 하옵소서.
용서하시는 하나님을 닮아 오늘도 사람을 살리는 선택을 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